여기는 뭍입니다. 장서영은 저 아래 심해로 내려갔습니다...

뭍에서 만난 Alayna와의 대화록

2022년 11월 18일 9시 10분
망원동 어느 셰어하우스에서 서영의 방
앙카라, 튀르키예의 알레이나
그리고 파주시, 한국의 장서영

한국에 온 유학생으로서 낯선 사람에게 자신을 소개할 일이 많을 것 같아요. 보통 자신을 소개할 때 무엇을 얘기하는지 궁금해요.

이름은 알레이나이고, 나이는 스물두살,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재학 중이고, 한국에 온 지 2년 반. 그런 얘기를 해요.

생김새만 보고 국적을 판단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다른 나라 사람으로 오해받은 적 있나요?

있죠. 많아요. 러시아. 그리고 이탈리아. 이탈리아 사람은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어요. 제가 고향은 카프카스 쪽인데, 터키와 러시아 사이에 있는 지역에 있어요. 저는 원래 그 지역 사람인데 이동했어요. 옛날에 러시아가 우리를 오랫동안 지배했고 언어를 제한했어서 러시아사람처럼 생겼다고 하면 너무 싫어해요.

한국사람들한테 일본인이냐고 하는 것처럼?

맞아요. 그런 느낌.

‘야무지다’라는 말을 아시나요? 알레이나님을 보면서 참 야무지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요리를 잘 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주로 어떤 요리를 하는지 궁금해요.

제가 야채 같은 거 되게 많이 먹어요. 알레르기 때문에 피부 상태가 안 좋아서요.

무슨 알레르기가 있나요?

사실 저도 몰라요. 검사를 했는데도 못 찾았어요. 그래서 제가 계속 차를 만들어 먹어요.

한국사람들한테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면?

한국 사람들은 이슬람 국가가 뭔지 잘 몰라서 저한테 터키 사람인데 왜 히잡을 안 쓰고 있냐고 해요.

터키는 히잡 안 쓰지 않아요?

자유롭게 할 수 있는데.. 공식 종교가 없어요. 저는 그런 생각 처음 해봤어요. 주로 아저씨들이 “너 왜 히잡 안 써!” 이렇게 물어봐요. 제가 터키에서 20년 동안 살았는데 그런 질문은 들어본 적이 없어요.

기분 나쁘겠다.

조금. 뭐 잘 모르니까 그럴 수도 있지 해요.

한국사람들한테 제일 많이 받는 오해가 있다면?

터키 수도가 이스탄불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어요. 앙카라를 잘 몰라요. 아 그리고 터키는 유럽인가 아시아인가.. 아시아라고 하면 아시아 사람처럼 안 생겼다고 해요. 터키는 다민족 국가인데.

동양 서양이 칼로 자르듯이 딱 나눠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서양 사람들은 눈 크고 피부 하얗고 동양사람은 이렇게(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생겼다고 하는 게 아닐지.

한국에 오게 된 이유

: 고등학교에 있을 때 유학 갈 생각이 있었어요. 그때 영국으로 가는 친구도 있고 독일 가는 친구도 있는데, 유럽은 좀 재미가 없는 것 같아서… 그때도 제가 한국어를 배웠어요. 고등학교에 있을 때 한국어 능력 시험에서 3급을 받았어요. sat랑 아이엘츠도 하고.. 장학금도 받았어요.

와아 능력자신데요?

처음 왔을 때 코로나 때문에 힘들었어요. 집에만 있었어요. 신입생 때 가장 힘들었어요.

망원동을 살게 된 이유

은평구에도 살았었고 홍대에도 살았었어요. 홍대는 너무 시끄러웠어요. 그래서 여기가 좋아요.

저와 살면서 불편했던 점 고쳐줬으면 하는 점을 편하게 말해주세요.

없어요. 정말.

제 첫인상이 궁금해요.

첫인상에 좀 좋았어요. 밝고 활발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진짜로. 저는 그런 사람 아니라서 밝은 사람을 보면 좀 부러워요.

제가 밝나요?ㅎㅎ감사합니다. 제 오지랖이 넓어서 다른 사람들 일에 신경을 많이 쓰거든요. 그리고 사람 사귀는 것도 좋아해요. 사람 많은 건 싫지만요.

터키는 이름을 어떻게 짓나요? 제게 터키식 이름을 지어줄 수 있나요?

대부분 할아버지 할머니 이름도 쓰고. 제 이름은 새로운 이름이에요. 저도 빛 나오는 거…(서영과) 비슷해요. selenay 달(ay) 처럼 생겼다. 그런 생각 많이해요. 달 처럼 생겼다.

저도 나중에 예쁜 한국 이름을 지어드릴게요.

튀르키예 관련 기사를 찾아보다가 2021년에 튀르키예가 이스탄불 협약을 탈퇴했다고 들었어요. 튀르키예의 성소수자와 여성의 인권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 궁금해요.

혹시 터키 대통령 아시나요? 알두안이라는 사람인데 보수적이에요. 터키에서 세속적인 분들과 보수적인 분들 계속 싸워요. 그 분은 보수층에게 지지를 받고 싶어서 탈퇴했어요. 지역마다 다를 수는 있는데 사회에서 LGBTQ를 무시하는 사람들 되게 많고, 취직할 수가 없고, 공무원 같은 거 안되고. 그런 게 있어요.

터키에서 여성으로 살면서 여성인권은 어떻다고 느꼈는지?

사실 터키는 주변 국가들에 비교하면 상태가 좋은데… 그렇게 좋지도 않고 그냥 그래요. 월급 격차는 많지만 문제가 많아요.

한국과 비교했을 때는 어떻게 생각했나요?

사실 한국은 제 생각보다 성평등 좋지 않았어요. 경제적으로 발전한 나라인데 아직도 그런 문제가 있어서 좀 놀랐어요. 월급 격차나 낙태문제에서요. 좀 놀랐던 거는 윤석열 응원하는 20대분들이 많아서 좀 놀랐어요. 터키는 반대에요. 20대분들은 보수적이지 않아요. 터키의 20대 남자분들은 바뀌고 싶어해요.
뭍으로
심해로
장서영은 심해에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곳을 찾아 장서영은 심해로 내려갔습니다. 그곳에는 빛도 소리도 사람들도 도시도 맥북도 없습니다.. 오로지 멀리서 울려펴지는 고래의 울음소리만 이따금 들릴 뿐입니다. 장서영은 왜 심해로 내려갔을까?

장서영은 왜 심해로 갔나요?

- 장서영은 소리에 예민합니다...큰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버렸습니다. 그래서 드문드문 고래소리만 들려오는 심해로 내려갔습니다

왜 소리에 민감하나요?

2 - 장서영은 조용한 곳에서 평생을 살았습니다… 그래서 시끄러운 번화가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심해는 그러면 평생을 살았던 그곳일까요?

-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심해는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곳이기도 합니다

심해에 내려가서 무엇을 했나요?

- 무언가를 찾아 계속 내려가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더 깊게 더 깊게 더 깊게…

그래서 무언가를 찾았나요?

- 심해는 어쩌면 우주와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모든 방향이 열려있어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2/section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