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는 무슨 종이에요?”
“아, 그 은색이요? 걔는 실버샤크.”
“실버샤크요? 우리집 물고기도 똑같은 종인데 크기가….”
수완은 집에 있는 손바닥 반절만한 크기의 물고기를 떠올렸다. 햇수로 5년 정도 키웠지만, 지금 눈 앞에 있는 같은 종의 실버샤크는 낯선 크기였다.
“크기가 다르죠? 얘는 큰 수족관에서 자라서 그래요. 대부분 물고기는 큰 곳에서 살 수록 몸집도 커져요. 강에서 자란 실버샤크는 35cm정도까지 자라니, 어른 팔뚝 정도는 거뜬히 넘죠.”
40cm라니, 우리집 어항은 35cm정도 되려나…. 수완은 중얼거렸다. 이어서 비늘에 좋다는 약품을 은근슬쩍 권유하는 점원을 뒤로하고 마트를 나왔다.
*
“엄마, 얘는 행복할까?”
한참동안 어항을 멍하니 바라보던 수완이 말을 꺼냈다.
“갑자기 무슨 소리래.”
“그냥, 답답하지 않을까 해서.”
“어항 큰 걸로 바꿔달라는 얘기야? 안돼. 지금도 청소하기 힘들어.”
“아니 그 얘기가 아니라. 하루종일 저 좁은 어항 안에서 둥둥 떠다니기만 하는데, 사는 게 재미없을 것 같잖아.”
“얘가 강물에 살았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살았겠니? 얼마 못 자라서 천적한테 잡아먹혔을걸. 이렇게 깨끗한 어항에다 매일 먹이도 넣어주는데 이보다 좋은 호사가 어딨어.”
“그런가….”
엄마의 말에 동의하는 듯했지만, 몇번이나 어항벽에 머리를 부딪히는 물고기를 보며 수완은 품은 의문을 쉽사리 지울 수 없었다. 톡,톡… 머리를 부딪히는 소리가 물속으로 흩어져 희미하게 들렸다.
*
그날 밤, 수완은 꿈을 꾸었다.
바다로 헷갈릴 만큼 깊고 커다란 강물 속이었다. 마음껏 헤엄을 치던 수완의 앞에 아주 커다란 은빛 물고기가 나타났다. 어찌나 크던지 눈알이 수완의 머리통만했다. 진한 검은색의 눈과 수완의 눈이 마주쳤다. 가만히 손을 뻗어 쓰다듬은 비늘은 매끈하고 시원했다. 이내 그 물고기는 한참동안 수완과 함께 유유히 헤엄을 치며 곁을 돌더니 더 깊은 강물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
꿈에서 깬 수완은 눈을 뜨자마자 거실로 달라나갔다. 묘하게 꿈에서 본 그것이 익숙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완이 바라보는 그곳에는 평소와 다르게 아무런 움직임도, 빛깔도 없었다. 수완은 묘한 불안을 느껴 손을 작게 떨며 어항의 뚜껑을 열었다.
이내 두둥실 떠오른 것은 하얗게 변한 눈깔의 그것이었다.